top of page
  • 작성자 사진현지 김

2022년 10월 1일

최종 수정일: 2023년 1월 13일

주말동안 급히 처리해야할 과제들을 헤치우다가 ‘요리’에 대한 글을 쓰려고 했던게 생각이나서 잠시 틈을 내 포스팅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학기에는 sociologie de l’alimentation 이라는 식품 사회학에 대한 강의를 듣고 있는데, 내가 예전부터 관심이 많은 분야 중 하나였기 때문에 굉장히 말할거리가 많다 — 이에 대해서는 시간 나는대로 틈틈이 글을 정리하여 올리도록 하겠다.


사람마다 ‘음식’을 대하는 생각의 스펙트럼이 다양할 것이다. 사실 ‘음식’이라는 것이 굉장히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는데, 우리는 음식의 재료를 통해서 그 지역의 기후를 추측할 수 있고 음식을 먹는 방법과 예절을 통해서 각기 다른 문화와 그에 대한 역사를 배울 수 있다. 프랑스 사회학자 Lévi-Strauss는 ‘음식은 언어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활동을 전체적은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 라고 하였으며, 그는 ‘언어가 없는 사회가 있다면, 그것은 즉 음식을 요리하는 방식이 없는 사회와 마찬가지’ 이라고 비유하였다. 그만큼 음식은 인간에게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요소가 아닐까 한다.


나는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고 음식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을 정말 좋아하는데, 얼마 전 음식에 관련된 논문을 읽은 적이 있는데, 거기에서 요리는 크게 ‘일상생활에서의 요리’와 ‘열정을 가지고 철학이 담긴 요리’ 로 분류할 수 있다고 하였다. 하루하루 바쁜 와중에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대충 요리를 하여 먹는 것과 대접을 하기위해 정성을 담아 만드는 요리 — 대접하는 사람이 자신이 되었든, 남이 되었든 — 는 확연히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바쁜 생활 와중에도 나를 위해 건강한 음식을 만들기위해 다양한 레시피를 참조하여 요리를해서 먹게되면 그 날은 기분이 하루종일 좋다. 마치, 고생하는 나를 위해 대접하는 느낌과 하루를 잘 시작하기 위해, 혹은 하루를 잘 마친 내가 대접하는 느낌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고 해야하나…?


요 근래 어떻게 먹고 살았나 하는 이야기를 하기위한 서론은 이쯤에서 접고 다양하게 내가 무엇을 먹고 살았나 하는 사진과 설명을 해보려고한다.





한국에서는 아마 조금은 생소한 음식일 허머스 (hummus) 와 팔라펠 (falafel), 아무래도 프랑스에서 살면서 좀 더 다양한 나라의 음식을 접하게 되었고 그 중 레바논 음식에 푹 빠지게 되었는데, 이 두가지 음식은 육류가 전혀 들어가지 않은 병아리콩을 베이스로 한 음식들이다. 가금류만 허용하는 pollo-vegetarian 으로서 최대한 채식을 지향하는 나로서는 굉장한 선택이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병아리콩을 불려서 삶거나 푸드프로세서에 갈아서 튀기는 식의 조리방식은 굉장한 시간을 요구하기 때문에 한 번에 대량으로 만들어 냉동하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 이미 허머스는 만들어 본 경험이 있었지만 팔라펠은 식당이나 혹은 마트에서 구입하여 먹는 경우가 대부분이였는데 처음으로 만들어본 결과 성공적이였다 ! 이후 한 번 더 만들었는데, 그 때는 deep-frying 방식으로 튀겨보았더니 사먹는 팔라펠은 쳐다도 안보게될 정도로 만족스러웠다. 냉동실에 저장된 팔라펠을 보면 뭔가 뿌듯한 건.. 고되었던 튀김과정 때문일까?



앞서 말했듯 채식을 지향하게 된 이후로는 음식 재료에 대한 어느정도의 한계를 느끼게 되었고 식품 건조기를 구입하게 되었다. 이후, 식재료를 건조하면서 다양한 식감을 찾아보려고 하는 중인데, 강아지들이 좋아한다는 두부를 건조시켰다. 건조시킨 두부를 불려서 야채랑 볶아먹는것도 괜찮았지만, 좀 더 다른 방식으로 만들면 어떨까 고민하던 와중에 족발이 생각났다. 흔히 말하는 오향(정향, 회향, 계피, 팔각, 산초)을 넣은 간장소스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이걸 이용하여 채식 족발(?)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이러한 모험정신은 결국 하나의 교훈을 안겨주었는데, 건조시킨 두부에 양념이 제대로 베지 않았다는 것. 식감은 너무 질겨서 논문을 보며 껌을 씹는 것처럼 질겅질겅 거리며 간식처럼 먹었다. 다음에는 두부를 덜 건조시켜서 해보는걸로…

  




얼마 전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보다가 친구가 먹은 메밀 막국수를 보고 이전에 보았던 들기름 메밀국수가 생각이 났다. 사실 메밀면을 사려면 집 근처의 중국 마트를 가면 되었지만.. 먼지가 쌓이기 직전인 파스타 메이커가 생각이나 집에 있던 메밀가루와 밀가루를 혼합하여 제면을 하였다. 100% 메밀가루면 더 좋았겠지만, 메밀의 특성상 점성이 약해서 잘 끊어지기 때문에 밀가루를 어느정도는 혼합해주어야하는데, 면을 익히는 과정에서 면이 다 끊어지지 않을까 조마조마했다. 면은 아주 잘 익었고, 익힌 즉시 찬물에 헹구어 주어 루꼴라와 들기름, 양조간장, 조금의 식초를 넣어 루꼴라와 김가루를 얹어 먹었다. 내가 보아도 ‘팔아도 될’ 비주얼을 가진 완성 된 메밀국수에 ‘파리에서는 돈주고도 맛 볼 수 없을 것’이라는 뿌듯함과 함께 그릇을 깨끗이 비워냈다. 다만, 제면기를 쓰게되면 최소 3인분이 나오는데 메밀면은 오랫동안 숙성시키면 안되어서 다음부터는 사람을 초대할 때 해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프랑스에서는 메밀가루 하면 아마도 메밀가루를 사용한 크레페 종류인 galette bretonne (갈레뜨 브레톤) 이 유명하지 않을까 싶다. 프랑스 요리는 ‘짠 음식’과 ‘단 음식’의 경계가 굉장히 뚜렷한데, 우리가 흔히 아는 크레페는 ‘단 음식’에 속한다면 이것은 ‘짠 음식’에 속하는 크레페이다. 메밀가루를 넣은 크레페를 만들어 그 안에 ‘계란’, ‘잠봉’, ‘그뤼에르’류의 치즈를 넣어 만들어 모서리를 접어 사각형의 모양으로 만드는 것이 큰 특징이다. 생각보다 만들기 쉽기 때문에 레스토랑에서 ‘키쉬’, ‘오믈렛’, ‘갈레뜨’ 이 세 가지는 돈주고 먹기 싫다고 해야하나…?


나는 여기에 돼지의 뒷다리 부분으로 만든 잠봉 대신 닭가슴살로 만들어진 햄과 직접 건조시킨 건토마토, 그뤼에르 대신 미몰렛(mimolette)을 넣었고 야채가 부족한 것 같아 루꼴라를 가니쉬로 내어 먹었다. 빈약해 보일 수 있으나, 안에 들어있는 속재료의 칼로리라 상당히 높아 든든했다.


더 많은 음식 사진이 있으나, 과제를 해야하는 관계로 오늘은 여기서 마치려고한다. 벌써 한국에서 3개월의 휴가를 보내고 파리에 돌아 온지 한 달이 지났다. 한 달동안 나는 과연 무엇을 했는가…? 하게 되는 하루이다. 예전에는 시간이 잘 흘러가지 않는다고 생각하였는데, 지금은 일분 일초가 너무 아까울 정도로 하루가 너무 빨리 흘러가기 때문에 ‘내가 효율적으로 살지 못하고 있는 것인가’ 라는 물음이 든다.

조회수 24회댓글 0개

Comments


bottom of page